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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은 좌경적으로 행동은 우경적으로 살려는 좌파. 현재는 브라질 상파울로에 거주하며 기러기 아빠 생활 2년 째. 총각때는 나를 찾는 여행, 현재는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는 여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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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5 07:42 왼편에서 TV보기
오늘 피디수첩 <도가니, 영화보다 아팠던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외국에 살다 보니 영화나 책을 아직 접할 기회가 없었고, 기껏해야 활자 언론을 통한 일정부분 심의되고 제한적인 정보가 전부였기에, 영상 매체를 통해 접하는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은 가히 충격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피디수첩 캡쳐


2005년 피디수첩에서 최초 방송되었을 때 학교 관계자들에게 성폭행 당한 학생들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당시 갓 열 몇 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그들은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끔찍한 범죄를 벌였습니다. 

이들의 추악한 범죄는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아주 오랜동안 끊임 없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피디수첩 캡쳐


인화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증언은 학교 내 성폭행이 아주 오랜 세월 계속되어 왔음을 증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어떤 문제제기도 없이 이런 끔찍한 범죄가 계속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범죄의 주범들이 사립학교 족벌 재단의 친족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었던 것이었습니다.


성폭행범들 중 하나였던 인화학교의 교장과 행정실장은 재단의 실세였던 이사장 김씨의 아들들이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이들의 범죄가 조직적으로 은폐되고 축소될 수 있었던 이유였습니다. 모두가 범죄 사실을 알면서도 실세의 눈치를 보느라 쉬쉬 했었던 거지요. 
 
인화학교에서 수년간 운전기사를 했던 김호송 씨의 인터뷰를 보면 당시 분위가 어떠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김호송 씨는 인화학교 근무 당시 학교에서 벌어졌던 성폭행 사건들을 자신의 수첩에 꼼꼼히 메모해 두고 있었습니다. 처음 성폭행 사건을 접했을 때, 그리고 그 사실을 교감에게 알렸으나 오히려 자신을 혼내며 조용히 무마하려 했던 충격적인 내용들이 김 씨의 수첩에 고스란히 적혀 있었습니다. 
김 씨가 성폭행 가해자였던 학교 관계자에게 직접 문제제기를 하자, 그 관계자는 반성은 커녕 자신 앞에 놓여 있는 뚝배기로 김 씨의 머리를 내리쳐, 김 씨가 크게 다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학교 관계자도 아닌 단순한 학교 운전기사가 문제제기를 할 정도였다면, 인화학교 내 성폭력이 얼마나 만연해 있었고 일상화 되어 있었는지 잘 알수 있을 겁니다.


피디수첩에 방송되기 전에도 이미 인화학교 내 성폭력 문제는 몇 몇 뜻있는 분들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가해 당사자를 고소까지 하였으나 경찰이나 검찰은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진실이 장애를 앓는 상황이었습니다. 

2005년, 진실이 이대로 묻히게 되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던 인화학교 대책위는 피디수첩에 사건을 제보하게 됩니다.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을 제보 받은 MBC 피디수첩 제작진들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자 학교 관계자들은 사건을 은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은 거짓 증언은 물론 학생들에게 심한 폭행까지 일삼으며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 무마하려고 했었습니다. 


성폭행 주범 중 하나였던 행정실장이 자신은 무고하다며,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순전히 자신이 아이들을 너무 귀여워 하고 다정다감 한대서 벌어진 오해라는 말을 하는 순간 필자, 심한 분노를 느끼며, 그가 눈 앞에 있다면 살인이라도 저지를 것 같은 살의를 느꼈습니다.
 
2005년 10월 중순. 피디수첩이 방송이 되고 서야 경찰과 검찰은 당사자들을 불러 조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처벌은 말 그대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성폭력 특별버 제6조 "신체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여자를 간음하거나 사람에 대하여 추행한 자는 형법 제297조(강간) 또는 제298조 (강제추행)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로 규정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사건을 맡았던 판사는 피해자들이 항거불능인 상태가 아니였으며, 충분히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았다는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을 내리며 가해자들 대부분을 집행유예로 풀어 줍니다. 

폭행당한 아이들과 그 부모들, 그리고 아이들에게 나쁜 어른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던 어른들 모두 절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바로 정의가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일은 그 이후에 벌어 졌습니다. 아이들을 무참히 짓밟았던 그 짐승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온 것입니다.

     
아이들은 분노했습니다. 어른들을 믿을 수 없었던 아이들은 교장실을 점령하고 세상에 대해 절규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언론은 아이들에게 돌을 던지고 더욱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주었습니다.  


당시 언론은 사건의 이면은 외면한 채, 오직 아이들이 교장실을 점령하고 교장에게 밀가루와 계란을 투척했다는 사실만 집중 보도하며 '무너진 교권' '교내 폭력 어디까지'라는 둥의 사건 전체를 오도하는 기사만 양산하기에 바빴습니다.


"'살려주세요', 하니까 '입 다물고 조용히 해'라고 말했습니다. 성관계를 하려고 할 때는 너무 아파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관계가 끝나고 선생님이 2천원을 줬는데 집에 가는 내내 울었습니다."

사건이 있은 후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피해학생들은 큰 아픔을 가슴에 안은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회는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큰 상처만 안겨 주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아이들에게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다면 내가 어른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덜 부끄러울 거 같습니다. 

정말이지 정의가 '펄떡펄떡' 살아 있는 그런 나라의 국민이고 싶습니다. 

덧글
가능하다면, 정말 가능하다면, 아니 꼭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2007년 한나라당에 의해 무산되었던 사복법(사회복지사업법)을 꼭 재 개정하여 두번 다시 우리사회에서 인화학교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책에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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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ries 2011.10.16 10:48  Addr Edit/Del Reply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군요ㅎ